이번 글에서는 우주의 주요 구성 요소 중 하나인 은하 형성 과정과 그 진화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은하를 포함하여 다양한 은하계의 구성과 그 시작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이라면 아래 내용을 꼭 읽어보시면 좋겠죠?
은하 형성 & 진화: 우주의 시작과 기초 개념
우주의 기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빅뱅(Big Bang) 이론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빅뱅 이론에 따르면 우주는 약 137억~138억 년 전 매우 뜨겁고 밀도 높은 특이점(singularity) 상태에서 급격한 팽창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공간과 시간이 생겨나고, 에너지가 물질로 전환되는 시점들이 발생하였다. 빅뱅 이후 약 38만 년이 지나 우주는 충분히 식어서 처음으로 중성 원자가 형성될 수 있게 되었는데 이를 재결합 시대(Recombination era)라고 한다. 그때 우주는 대부분 수소와 헬륨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극미량의 리튬 정도가 더해진 형태였다. 이러한 원시 물질의 밀도 차이로부터 구조가 자라나게 되고 그 결과로 별과 은하가 형성되기 시작한다.
우주의 가장 큰 특징은 팽창한다는 점이다. 우주가 팽창하면서 물질이 균일하게 분포되었다면 별이나 은하 같은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초기 우주부터 양자 요동에 의한 밀도 차가 존재하였고, 이 작은 요동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중력에 의해 증폭되었다. 밀도가 조금 더 높은 지역은 주변 물질을 더욱 많이 끌어들여 덩어리를 이루고 그곳에서 별과 은하가 태어나게 된다.
빅뱅 직후 우주 전체를 지배한 요소 중 하나는 ‘암흑물질(dark matter)’이다. 암흑물질은 전자기파(빛)와 상호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직접 관측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중력적 효과를 통해 그 존재를 추론할 수 있다. 이 암흑물질은 우주에 존재하는 물질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은하가 형성되고 진화하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왜냐하면 암흑물질이 우주 구조를 형성하는 데에 골격(framework)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암흑물질의 중력적 퍼텐셜 우물에 바리온 물질(일반 물질)이 빠져들어 별과 은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은하의 형성은 궁극적으로 중력 붕괴(gravitational collapse)에 기반을 둔다. 중력 붕괴는 우주라는 거대 규모에서부터 개별 은하, 별 내부까지 다양한 수준에서 발생한다. 우주의 초기에는 암흑물질로 이루어진 ‘헤일로(halo)’가 먼저 형성되었고, 그 안에 일반 물질이 붕괴하면서 가스를 이루게 되고, 가스가 식으면서 별을 형성한다. 이렇게 별이 모여 집단을 이루면 그것을 은하라 부른다. 은하들은 대체로 수천만에서 수백조 개에 이르는 별들을 포함하며 또한 별들 사이의 성간물질(interstellar medium), 그리고 은하 중심에 자리할 수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supermassive black hole) 등을 포함한다.
빅뱅 이후 약 10억 년에서 20억 년 사이, 우주는 점차적으로 별과 은하들이 빛을 내기 시작하여 ‘우주 재이온화 시대(Cosmic Reionization Era)’가 시작되었다. 별에서 나오는 강력한 자외선 복사가 중성 수소를 다시 이온화하였고, 이로 인해 우주는 다시 이온화된 가스로 채워지게 된다. 이러한 재이온화 시대는 초기 은하들의 탄생과 그들이 일으키는 물리적 과정을 상징한다. 결국 이러한 과정들은 은하 형성과 진화에 발판을 마련했으며 이후 현재 관측되는 다양한 형태의 은하가 나타나게 된다.
은하는 크게 나누어 보면 나선 은하, 타원 은하, 막대나선 은하, 렌즈형 은하 등으로 분류된다. 허블(Hubble)이 제시한 허블 분류(허블 순열, Hubble tuning fork)가 전통적인 기준으로 사용되는데 이는 은하 형태와 팽윤도(bulge, 바 형태 등)에 따라 은하를 체계적으로 묶은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은하의 형태나 크기, 그리고 성질은 정적인 것이 아니라, 시간에 따라 여러 상호작용과 물리적 과정에 의해 변화한다. 따라서 은하 진화(galaxy evolution)를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력 상호작용, 가스 유입과 방출, 별 형성률의 변화, 블랙홀의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현대 천문학에서는 전자기파 전 범위(전파, 적외선, 광학, 자외선, X선, 감마선) 관측과 더불어 전파간섭계, 우주망원경, 지상 대형 망원경, 중력파 관측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은하가 어떻게 형성되고 진화해 왔는지 연구한다. 특히, 허블 우주망원경(Hubble Space Telescope), 스피처 우주망원경(Spitzer Space Telescope), 찬드라 X선 망원경(Chandra X-ray Observatory),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ames Webb Space Telescope) 등은 초기 우주의 은하들을 직접 관측함으로써 그 과정을 한층 더 명확하게 밝혀내고 있다.
은하 형성 & 진화: 중력 붕괴와 원시 은하
빅뱅 이후 우주는 빠른 속도로 팽창했으나 밀도 차이로 인해 일부 지역은 조금 더 조밀해졌고, 그 조밀한 영역들은 중력 붕괴를 통해 구조를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초기의 구조는 암흑물질 헤일로(dark matter halo) 형태로 나타났는데 이 암흑물질 헤일로는 거대한 중력 우물로 작용한다. 이후 바리온 물질(수소, 헬륨 가스 등)이 이 중력 우물에 이끌려 모이게 되고 가스가 점차 압축되면서 밀도가 증가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가스 구름이 냉각(cooling)되면서 별이 탄생하고 별들이 집단을 이루어 원시 은하(proto-galaxy)가 된다.
원시 은하를 형성하는 가스는 주로 수소이며 초기에 별이 형성되는 메커니즘은 비교적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복잡한 물리 과정이 뒤얽혀 있다. 예컨대 중력 붕괴가 일어나는 동안 온도와 압력이 균형을 이루는가, 가스의 금속함량(metallicity)이 어떠한가, 별 형성을 저해하는 복사압(radiation pressure)이 얼마나 강한가 등이 모두 영향을 미친다. 초기 우주의 가스 구름은 금속함량이 극도로 낮았기 때문에(거의 수소와 헬륨뿐) 별 형성이 현재보다 훨씬 더 거대한 질량으로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를 통해 형성된 별들은 1세대 별(Population III stars)이라고 불리며 이 별들은 수명이 짧고 극도로 밝고 뜨겁다. 따라서 초신성 폭발을 통해 무거운 원소들을 우주 공간에 분산시키는 주된 공급원 역할을 했으리라고 추정된다.
원시 은하가 형성된 뒤 그 내부에서는 별 생성이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내부 구조가 점차 복잡해진다. 별이 폭발하며 내뿜는 중원소(탄소, 산소, 철 등)는 은하 내 가스의 금속함량을 높이게 되고, 이후에 새로 형성되는 별들의 물리적 특성도 바뀌게 된다. 금속함량이 높아질수록 가스 냉각이 효과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별 형성 효율 역시 변화한다. 이렇게 세대를 거듭하며 별들이 형성되고 폭발하는 과정을 통해 은하 내 화학적 풍부도(chemical abundance)가 점진적으로 진화한다.
은하가 최초로 형성되는 시점에서부터 그 형태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초기에는 매우 혼돈스럽고 불규칙한 모습으로 시작했을 가능성이 크다. 강력한 별 형성 폭발(starburst)이나 초신성 폭발이 잦았고 이로 인해 가스가 빠져나가거나 재분포되면서 구조가 계속 재편된다. 암흑물질 헤일로 자체는 중력으로 강하게 묶여 있지만, 헤일로 안의 가스는 상대적으로 쉽게 이동하고 외부로 탈출하기도 한다. 이 시기에 작은 원시 은하들은 서로 합쳐지거나 충돌하면서 더 큰 은하로 자라나는 ‘병합(merger)’ 과정을 겪게 된다. 이를 위계적 구조 형성(hierarchical structure formatio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만약 병합 과정이 수차례 축적되어 크기가 커진 은하라면 가스가 원반 구조로 퍼지면서 나선팔이 발달하거나 중심의 팽윤(bulge)이 두드러질 수 있다. 반면 병합 과정 중에 강력한 상호작용이 발생해 가스가 빠져나가고 별 형성이 주춤하거나, 한쪽 방향으로 과도하게 별 생성이 치우치는 등 다양한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차이들이 결국은 은하를 타원형, 나선형 등 다양한 형태로 이끈다.
병합은 은하의 형성 과정에서 매우 보편적이며 현재 우리 은하도 과거에 여러 왜소 은하들을 병합해 왔다는 증거가 관측되었다. 별 개체군의 나이 분포, 금속함량, 궤도 특성 등을 살펴보면 우리 은하가 비교적 작은 은하들을 흡수한 흔적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와 유사하게 거대 타원 은하의 경우 여러 나선 은하나 불규칙 은하가 병합해 생겨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은하 군이나 은하단에 위치한 은하들은 서로 중력적으로 더욱 가깝게 작용하기 때문에 병합이 더욱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다.
은하 형성 & 진화: 은하 분류와 상호작용
허블 분류로 대표되는 은하의 형태적 구분은 은하 진화를 이해하는 첫걸음 중 하나이다. 기본적으로 허블 분류는 크게 타원 은하(Elliptical galaxy), 렌즈형 은하(Lenticular galaxy), 나선 은하(Spiral galaxy)로 나누며 나선 은하 중에는 중앙에 막대 구조(Bar)가 있는 막대나선 은하(Barred spiral galaxy)가 또 한 분류로 자리잡는다. 현대적 관점에서 이 분류가 절대적인 진화 경로를 보여주지는 않지만 물질 분포나 별 생성 활동, 은하 중심 구조 등에 따라 크게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는 데 유용하다.
- 타원 은하(E): 별 생성 활동이 비교적 적고 노화된 별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크고 둥글거나 타원체에 가까운 형태를 보이며 가스나 먼지의 양이 적어 새로운 별이 크게 탄생하지 않는다. 대신 별이 폭발하며 내놓은 가스가 뜨거운 상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X선 관측에서 확인되는 경우가 많다. 타원 은하는 주로 은하단의 중심부나 밀집 지역에 많이 분포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잦은 병합과 상호작용으로 인해 내부 가스가 소실되고 별 생성이 억제되는 과정을 겪었기 때문이라고 해석된다.
- 나선 은하(S): 우리 은하와 안드로메다 은하처럼 둥근 팽윤부(bulge)를 갖고 나선팔(spiral arms)이 뻗어나가는 구조를 지닌다. 나선팔에는 젊은 별들이 집중적으로 분포하며 여기서 별 생성이 활발히 일어난다. 중간 영역에는 분자 구름과 가스가 풍부해 연속적인 별 형성이 일어난다. 나선 은하의 중심부에는 종종 막대 구조가 발달하기도 하는데 이를 막대나선 은하(SB)라고 부른다. 막대 구조는 은하의 각운동량 분포와 가스의 유입 경로에 영향을 주어 은하 중심에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의 먹이 공급(가스 유입)을 돕는 역할을 한다고도 알려져 있다.
- 렌즈형 은하(S0): 타원 은하와 나선 은하의 중간적 형태로 외견상 나선팔이 없거나 매우 미약하지만 중심 팽윤부와 원반 구조가 존재한다. 가스와 먼지가 적어서 별 생성률은 낮다. 종종 나선팔이 병합 과정이나 상호작용으로 지워졌을 가능성이 언급되며 타원 은하와 나선 은하의 진화 과정에서 ‘과도기적 형태’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이처럼 은하의 형태는 단순히 그 모습만을 나타내지 않고 은하 내부 물리 과정의 결과물이다. 은하 간 상호작용은 이러한 형태 진화에서 매우 중요한데 두 은하가 가까이 접근해 중력적으로 상호작용하면 가스 구름이 재분포되거나 별 생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때로는 서로의 중력으로 인해 꼬리가 길게 늘어지거나 고리 구조가 생겨나는 등 극적인 모양 변화가 발생하기도 한다. 만약 충돌-병합이 일어난다면 기존에 있던 나선팔 구조가 흐트러지거나 사라지고, 거대한 타원 은하로 변모하는 경우도 잦다.
상호작용은 은하 내부의 ‘피드백 메커니즘’을 통해 별 생성률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가스가 중심부로 집중되면 그곳에서 짧은 시간 동안 대규모 별 생성 활동(starburst)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초신성 폭발과 항성풍으로 인해 가스를 외부로 날려버리기도 하고 또는 가스가 중심 블랙홀로 급격히 유입되어 활동성 은하핵(AGN)을 강화시키기도 한다. 활동성 은하핵은 강력한 제트나 복사를 방출해 남은 가스를 다시 온도를 높여 별 형성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따라서 은하 간 상호작용이 일어날 때 별 생성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도 있지만, 그 이후에는 AGN 활동에 의해 별 생성이 크게 둔화되거나 중단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은하 형성 & 진화: 별 형성과 중심 블랙홀
은하 진화에서 별의 형성(star formation)은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별은 중력 붕괴로 인해 가스 구름이 수축되어 생겨나는데 그 규모가 은하 전체 수준에서부터 성운 수준까지 매우 다양하다. 별이 많이 형성되는 ‘은하 디스크(disk)’나 은하팽윤(bulge) 등은 서로 다른 환경적 조건을 가진다. 디스크에서는 회전하는 가스 구름 안에서 국지적인 밀도 증폭이 일어나는 형태로 별이 태어나지만, 중심부 팽윤에서는 보다 복잡하고 때로는 폭발적인 환경에서 별이 생성되기도 한다.
별이 형성되면, 그 별의 진화 과정에서 은하에 여러 방식으로 영향을 미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초신성 폭발이다. 무거운 별들은 수백만~수천만 년의 짧은 수명을 마친 뒤, 초신성으로 폭발하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주변에 뿜어낸다. 이 과정에서 철, 산소, 탄소 등 무거운 원소(천문학에서 ‘금속’이라 부르는 원소들)가 생성되어 은하 공간에 퍼지고 가스의 물리적·화학적 성질을 변화시킨다. 이를 통해 새로운 세대의 별들은 더 높은 금속함량을 갖게 되며 별의 분광형이나 진화 경로에도 영향을 준다.
한편 은하 중심에는 종종 질량이 태양의 수백만 배에서 수십억 배에 달하는 초대질량 블랙홀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우리 은하의 중심부에는 약 400만 배 태양질량의 블랙홀이 자리 잡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궁수자리 A*). 나선 은하뿐 아니라 타원 은하나 다른 형태의 은하 중심에서도 유사한 초대질량 블랙홀이 발견되는데, 은하 질량과 중심 블랙홀 질량 사이에 상관관계(M-sigma relation 등)가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이는 은하가 진화하면서 중심 블랙홀도 함께 성장해왔음을 시사한다.
블랙홀이 은하 진화에 끼치는 영향은 활동성 은하핵(AGN, Active Galactic Nucleus)을 통해 확인된다. 블랙홀이 가스를 강착(accretion)할 때,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제트 또는 복사의 형태로 방출되며 주변의 가스와 별 생성 과정을 교란한다. 예컨대 활동성 은하핵이 너무 강력해지면 은하 내부 가스를 멀리 밀어내 별 형성을 억제할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가스를 특정 지역으로 몰아넣어 폭발적인 별 생성을 촉진하기도 한다. 따라서 은하 중심 블랙홀과 별 생성의 상호작용은 은하의 전반적 진화 경로에 커다란 흔적을 남긴다.
초대질량 블랙홀의 직접적 성장 경로에 대해서도 여러 가설이 제기된다. 초기 우주에서 대질량 별(원시 별들)이 붕괴하여 형성된 중간질량 블랙홀이 여러 병합 과정을 거쳐 초대질량 블랙홀이 되었을 수도 있고 혹은 가스 구름 자체가 직접적으로 붕괴해 대질량 블랙홀이 되었을 수도 있다. 관측적으로 고적색편이(z>6) 구간에서 이미 매우 거대한 블랙홀이 발견되곤 하는데, 이는 우주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도 블랙홀이 급격히 성장했음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별 형성이 활발했던 시기와 블랙홀 급성장 시기가 겹치며 동시에 은하 전체의 화학적 진화와 구조 형성도 함께 진행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은하 형성 & 진화: 미래 관측과 이론적 전망
오늘날 천문학에서는 대규모 시뮬레이션과 관측 연구를 통해 은하 형성 & 진화 과정을 좀 더 체계적으로 밝혀나가고 있다. 예를 들어 ‘일러스트리스(TNG)’, ‘이글(EAGLE)’, ‘뮤지(유럽 남방천문대 MUSE 관측)’, ‘섭밀레이션(SubMillimeter Array)’,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 등은 은하의 탄생부터 현재까지를 정밀하게 추적하거나 직접 초고적색편이 은하들을 관측하여 초기 우주의 모습을 관찰하는 데 큰 기여를 한다.
1. 시뮬레이션의 역할
슈퍼컴퓨터로 진행되는 우주 구조 형성 시뮬레이션은 암흑물질과 바리온 물질의 밀도 분포, 중력 작용, 수소 가스의 냉각, 별 형성, 초신성 피드백, 블랙홀 피드백 같은 복잡한 과정을 모사한다. 이런 시뮬레이션은 관측 결과와 비교·조정(fine-tuning)을 거쳐 은하가 어떤 경로로 진화해 왔는지, 다양한 모양과 특성을 어떻게 갖게 되었는지를 통합적으로 설명하려 노력한다. 최근에는 기계학습(머신러닝) 기법까지 더해져 방대한 매개변수 공간을 효율적으로 탐색하고 관측 자료와의 오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2. 중력파와 다중신호 관측
중력파 관측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은하 형성 과정 중 블랙홀 병합이나 중성자별 병합 등 극적인 사건이 발생하는 순간의 중력파 신호를 직접 측정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예컨대 두 초대질량 블랙홀이 병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저주파 중력파를 검출함으로써 거대 은하 병합의 역사를 새로운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다중신호(multimessenger) 관측이라 불리는 전자기파·중력파·중성미자 등을 모두 활용하는 관측 방식은 향후 은하 진화 연구에 있어 혁신적 정보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3. 별 형성률의 변화와 미래
관측적으로 우주는 약 100~110억 년 전쯤 ‘별 형성 절정기(cosmic noon)’를 지났다고 추정된다. 그 시기에 비해 현재 우주의 별 형성률은 훨씬 낮아졌으며 많은 거대 은하들은 ‘붉고 사장된(red and dead)’ 상태가 되었다. 이는 이미 별을 많이 형성하여 더 이상 새 별이 생성될 가스가 부족하거나, 중심 블랙홀 활동으로 인해 가스가 충분히 식지 못해서 별이 만들어지지 않는 상태일 수 있다. 우리 은하의 경우 앞으로 수십억 년 동안 별 형성이 서서히 이어지겠지만, 결국 안드로메다 은하와의 병합(약 40~50억 년 후 예측)으로 인해 새로운 형태(거대 타원 은하 비슷한)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
4.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미스터리
은하 형성과 진화 과정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주론적 차원에서 암흑물질(dark matter)과 암흑에너지(dark energy)의 정체를 밝히는 것이 필수적이다. 표준 우주론 모델(Λ\LambdaΛCDM 모델)에 따르면 우주의 에너지 밀도 중 약 68%가 암흑에너지, 27%가 암흑물질, 5%가 일반 물질로 구성된다. 암흑물질은 은하 구조 형성에 직접적인 골격 역할을 하며, 암흑에너지는 우주 팽창 가속을 유발하여 은하 간 거리 변화를 주도한다. 만약 이 둘에 대한 이해가 바뀐다면 은하 형성과 진화 모델 역시 크게 수정될 수 있다. 현재 다양한 관측(우주배경복사, 초신성 거리 측정, 은하단 분포 관측, 중력렌즈 등)을 통해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속성을 탐색하고 있으나 그 기원과 본질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이다.
5. 차세대 망원경과 미래 연구
차세대 거대 지상 망원경(Extremely Large Telescope, Thirty Meter Telescope, Giant Magellan Telescope 등)들이 가동되면 더 먼 우주의 더 희미한 은하들까지 고해상도로 관측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은 이미 빅뱅 후 수억 년 이내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아주 초기 은하들을 관측해냈고, 그 결과는 기존 이론을 재검토하게 만들고 있다. 예컨대 예상보다 더 이른 시기에 거대한 질량을 가진 은하들이 존재한다면 위계적 구조 형성 모델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요구될 수 있다.
최종적으로 은하 진화를 완벽히 이해한다는 것은 곧 우주의 역사 전반을 이해한다는 것과도 같다. 작은 밀도 요동에서 시작된 물질이 거대한 구조물(은하단, 초은하단, 필라멘트 등)을 이루는 과정을 중력, 열역학, 핵반응, 방사선 수송, 화학적 진화 등 다양한 과학 영역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풀어나가야 한다. 과거 수십 년간의 관측과 이론 연구로 상당히 구체적인 그림이 형성되었지만, 아직도 미지의 영역은 넓다. 차세대 망원경과 중력파 검출, 우주론적 시뮬레이션이 결합됨에 따라 머지않아 은하 형성과 진화의 큰 퍼즐이 더 온전하게 맞춰질 것으로 기대된다.
맺음말
지금까지 은하 형성 & 진화 과정을 큰 틀에서 살펴보았다. 빅뱅 이후 밀도 요동과 암흑물질 헤일로를 기반으로 작고 불규칙한 원시 은하들이 생겨나고, 이후 병합과 상호작용을 통해 현재처럼 다양한 형태의 은하들이 펼쳐졌다는 것이 현대 천문학에서 받아들여지는 주된 개념이다. 별 형성과 초신성 폭발, 중심 초대질량 블랙홀의 활동성 은하핵 현상, 가스의 유입과 방출 그리고 암흑물질 및 암흑에너지의 역할 등은 은하를 진화시키는 주요 동력으로 작용한다.
물론 우주는 계속 팽창 중이며 많은 은하들은 서로 멀어져 가고 있다. 하지만 근방 은하들(예: 안드로메다 은하와 우리 은하)은 중력적으로 묶여 있어 장기적으로는 병합이 불가피하다. 인류가 미래에 어떤 관측 장비와 이론적 모델을 발전시키느냐에 따라 은하 형성 & 진화에 대한 이해는 더욱 정밀해질 것이다.
결론적으로 은하의 형성과 진화는 우주론, 핵물리학, 천체물리학, 화학적 진화, 중력학 등 다방면의 지식을 융합해야만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복합적인 주제이다. 앞으로 더 첨단의 관측 기술과 이론이 결합됨에 따라 우주의 기원과 현재 모습, 그리고 미래 진화 방향에 대한 이해가 더욱 깊어질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