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에서는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근간이 되는 시간 그리고 그것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주적 개념으로 봤을 때 시간이란 무엇을 의미하며, 어떻게 작동하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참고해보시면 좋겠죠?
시간: 상대성 이론과 시간의 유연성
우주는 과연 어디까지가 그 범위일까 하고 물음을 던져보면 자연스럽게 ‘시간’이라는 요소도 함께 떠오른다. 우주라는 무대에서 시간은 단순히 시계로 측정할 수 있는 물리적 양이 아니라, 공간과 함께 존재하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복합적인 존재로 여겨진다. 인간이 지구 위에서 체감하는 시간과, 우주의 방대한 공간의 스케일에서 이야기되는 시간은 결코 단순히 같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빛의 속도, 중력, 우주의 팽창 등 여러 물리적 현상들이 시간의 흐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이는 곧 우주 전반을 이해하는 관건이 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초’, ‘분’, ‘시간’ 등은 지구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만들어지고 확립된 개념이다. 하지만 인류가 지구를 벗어나 달에 도달하고, 화성 탐사를 계획하며, 더 먼 우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우주에서의 시간’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질문은 점차 커졌다. 아이작 뉴턴(Issac Newton)의 절대적 시간 개념에서부터 알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의 상대성 이론에 이르는 과정을 살펴보면 시간은 절대적인 불변량이 아니라 공간, 중력, 속도에 따라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는 상대적이며 탄력적인 개념임이 분명해진다.
또한 우주의 진화를 다루는 빅뱅 이론과 블랙홀 내부에서의 시공간 특성 그리고 우주가 계속 팽창하는지 아니면 궁극적으로 수축할 것인지에 관한 다양한 논의들 모두가 궁극적으로는 시간 개념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Special Relativity)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시간 팽창(time dilation)’ 개념이 등장한다. 특수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관측자가 빛의 속도에 가깝게 이동할수록 관측자의 ‘고유 시간’과 외부 세계가 측정하는 시간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빛의 속도에 가깝게 움직이는 우주선 안에 탄 우주비행사는 지구에서 시계를 들여다보는 사람과 비교했을 때 훨씬 적은 시간이 흐른 것으로 측정된다. 이것이 곧 ‘쌍둥이 역설(Twin Paradox)’ 등으로 유명해진 상대론적 효과이다.
특수상대성 이론은 질량이 있는 물체가 빛의 속도에 도달할 수 없음을 제시한다. 이론적으로 질량이 있는 물체가 빛의 속도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무한한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입자 가속기에서 매우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소립자들을 관찰함으로써 시간 팽창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대기권에 들어오는 우주 방사선으로부터 생기는 뮤온(muon)은 본래 수명이 매우 짧지만,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움직이면 지표면까지 도달할 정도로 수명이 상대적으로 길어지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특수상대성 이론이 예측하는 시간 팽창이 실제 자연현상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일상적 감각으로는 믿기 어려운 이 시간 팽창 현상은 우주여행의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즉, 만약 인류가 미래에 빛의 속도에 가까운 우주선을 만들어 먼 은하로 항해할 수 있게 된다면 우주선을 타고 항해하는 우주비행사의 주관적 시간과, 지구에 남아 있는 인류가 측정하는 시간은 서로 크게 어긋나게 될 것이다. 우주비행사에게는 불과 수 년이 흐른 것처럼 느껴지지만 지구에서는 수십 년에서 수백 년이 흘러 있을 수도 있다. 이는 인류가 광대한 우주 공간을 탐사하거나, 더 나아가 다른 별로 이주를 시도할 때 근본적으로 시간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거나 적어도 그 흐름을 예측하는 방법을 완전히 바꿔야 함을 시사한다.
한편 일반상대성 이론(General Relativity)으로 시야를 넓히면 시간은 중력과도 긴밀하게 연결됨이 드러난다. 질량이 큰 천체 주변에서는 중력이 강하게 작용하여 시공간이 휘어지게 되고 그 결과 시간 역시 다르게 흐른다. 예를 들어 GPS 인공위성은 지구 표면보다 중력이 약한 고도에 위치하기 때문에 지구에 있는 시계에 비해 조금 더 빠르게 시간이 흐른다. 인공위성 신호를 정확히 계산하려면 이러한 상대론적 효과를 보정해야 하는데 이는 일상 속에서도 이미 상대성 이론의 적용 사례가 있음을 보여주는 예시이다.
결국 상대성 이론은 “시간은 어디서나 동일하게 흐른다”라는 뉴턴적 직관과 달리, 운동 상태나 중력장에 따라 달라지는 ‘유연한’ 개념임을 증명한다. 그리고 우주는 이러한 상대론적 시간의 무대에서 상호 작용하는 은하와 별, 행성, 그리고 블랙홀이 만들어내는 복잡한 풍경을 펼쳐 보인다.
시간: 우주 팽창과 물리 상수
우주의 시간 개념은 빅뱅(Big Bang) 이론과 떼려야 뗄 수 없다. 현재 주류 우주론에서는 약 138억 년 전 우주가 한 점에 가까운 고밀도, 고온 상태에서 폭발적으로 팽창을 시작했다고 말한다. 빅뱅 이후 우주는 끊임없이 팽창해 왔고 그 과정을 추적하는 것이 곧 우주의 ‘시간’을 재구성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우주가 시작된 그 시점을 ‘우주의 탄생’ 혹은 ‘우주의 시초’로 상정할 때 우리는 그 이후의 우주가 어떻게 냉각되어 원자들이 생겨나고, 별과 은하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논할 수 있다.
빅뱅 직후 우주는 극도로 뜨겁고 밀도가 높았기 때문에 쿼크·글루온 플라즈마 같은 입자 상태가 지배적이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온도가 낮아지면서 양성자, 중성자 등 기본 입자들이 나타났고 빅뱅 핵합성(Big Bang Nucleosynthesis)에 의해 헬륨, 리튬 등의 원시 원소가 생성되었다. 이후 우주가 더 식으면서 전자와 원자핵이 결합해 최초의 중성 원자가 형성되었고 이 시점을 ‘재결합(recombination)’ 시기라고 부른다. 이로써 빛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되었고 그 흔적이 바로 ‘우주배경복사(CMB, Cosmic Microwave Background)’로 남아 있다.
이 일련의 과정을 시간축에 놓고 살펴보면 “과거 우주에는 어떤 일이 있었는가”라는 질문과 함께 “우주의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라는 물음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우주 팽창 속도가 점차 늦춰질 것인가 아니면 가속 팽창할 것인가 하는 논의는 현재 우주론의 중요한 주제 중 하나다. 관측 결과 우주는 오히려 가속 팽창 중이라는 것이 밝혀졌으며, 이 가속 팽창을 설명하기 위해 ‘암흑 에너지(dark energy)’라는 개념이 도입되었다. 암흑 에너지는 우주에 균일하게 퍼져 있으며, 우주의 팽창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우주 팽창이 시간이 흘러갈수록 단순히 ‘공간이 부풀어 오른다’는 식으로만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팽창으로 인해 은하들 사이의 거리는 계속 멀어지는데, 이는 상대성 이론의 시공간 개념과 결부되어 결국 시간의 흐름에 대한 정의조차 지역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함의한다. 우주가 팽창함에 따라 우리 눈에 들어오는 빛은 적색편이(redshift)를 일으키며 먼 과거에서 온 정보일수록 더욱 심하게 늘어진 파장을 갖게 된다. 적색편이는 곧 시간이 지나며 우주의 스케일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그리고 그 변화를 관측자가 현재 어느 시점에서 바라보고 있는지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된다.
이처럼 우주가 거시적으로 팽창한다는 사실은 우리의 시간 감각을 ‘은하계 간의 상호 작용’이나 ‘은하단과 초은하단의 구조’와 함께 사고하도록 만든다. 더 나아가 우주는 단순히 팽창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팽창의 속도 자체가 변할 수 있으며, 이 점이 우주 전체의 진화상과 궁극적 운명을 좌우한다. 또한 우주 팽창은 물리 상수(가령 우주상수 Λ\LambdaΛ 등)에 의해 좌우되기도 하며, 그러한 상수들의 미세한 변화 가능성까지 제기된다면, ‘우주적 시간’이라는 개념은 훨씬 복잡한 다중 변수를 지닌 문제가 된다. 결국 우주 전체에서의 시간 이해는 단순히 ‘시간이 흐른다’는 단일 개념이 아니라 팽창 속도, 암흑 에너지의 성질, 우주 상수의 크기 등 여러 물리 매개변수들과 함께 유동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시간: 블랙홀과 중력 시간 지연
블랙홀(black hole)은 우주의 시간 개념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매혹적인 존재이다. 블랙홀은 질량이 극도로 밀집되어 그 주변의 시공간이 극심하게 휘어 있는 천체다. 일반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을 넘어서는 어떠한 물질도 심지어 빛까지도 빠져나올 수 없다. 관측자로서는 사건의 지평선 안쪽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직접적으로 알 길이 없다.
블랙홀이 시간에 미치는 영향 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중력 시간 지연(gravitational time dilation)이다. 블랙홀에 가까워질수록 중력이 강해지고 그에 따라 시공간이 더욱 심하게 휘어진다. 결과적으로 블랙홀에 가까이 접근하는 물체나 관측자는 멀리 떨어져 있는 관측자에 비해 시간의 흐름이 훨씬 느려진다. 예컨대 외부에서 바라볼 때, 물체가 사건의 지평선 근처에 다가가는 순간 그 물체의 시계가 점점 느려지는 것으로 보이고 마치 시간이 정지하는 듯한 환상을 일으킨다.
그러나 이 효과는 외부 관측자의 시점에서 일어나는 ‘겉보기’ 현상이다. 블랙홀로 낙하하는 물체 자체의 고유 시간은 문제없이 흘러가지만 외부에서 보면 그 시간이 점점 늘어지다 지평선 부근에서 매우 길게 지연되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시공간 기하학이 매우 강렬하게 뒤틀려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상대론적 효과이다.
이처럼 극단적 환경에서의 시간 왜곡은 우주의 시공간이 얼마나 유동적이며, 그 ‘흐름’이 관측자와 위치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더 나아가 블랙홀 내부 시공간의 구조나 특이점(singularity)에 대한 이론적 연구는 우주론적 시간의 기원을 설명하는 빅뱅 특이점과도 밀접한 관련성을 갖는다. 실제로 일부 물리학자들은 빅뱅 직후의 상태를 블랙홀 특이점과 유사하게 바라보기도 하고 “우주가 블랙홀에서 기원한 것”이라는 식의 가설을 제기하기도 한다.
여기에 더하여 블랙홀 주변에서는 호킹 복사(Hawking radiation) 현상도 고려 대상이 된다. 호킹 복사는 블랙홀이 완전한 ‘검은 구멍’이 아니라 양자역학적 효과로 인해 미세하게 에너지를 방출한다는 이론이다. 블랙홀의 증발 과정 역시 외부 관측자의 시간 축에서 볼 때 매우 오랜 기간에 걸쳐 일어나지만 블랙홀의 질량에 따라 그 방출 속도는 달라진다. 이는 ‘시간’이라는 개념이 양자역학의 세계에서도 상대론적 시공간 효과와 결합하여 새롭게 정의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블랙홀을 바라보면 시간이라는 것은 절대적으로 ‘한 방향으로 일정하게 흐른다’고 단언하기보다, 중력장과 관측자 간 상대적 위치에 따라 현저히 변할 수 있는 동적인 개념이라는 사실을 재확인하게 된다. 우주에서의 시간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이러한 극단적 중력장 환경이 불러오는 ‘시간 비틀림’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
시간: 우주적 관점에서의 생명과 진화
시간은 생명체의 존재와 진화를 논할 때도 중심 축이 된다. 지구상에서의 생물 진화 과정을 수십억 년이라는 시간 스케일로 바라보면 한 종(種)의 생명체가 생겨나고, 멸종하고, 다시 새로운 종이 태어나는 모습이 마치 연극의 막이 오르고 내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우주적 관점에서는 이러한 시간 스케일 또한 비교적 짧게 보일 수도 있다.
거시적 우주 시간에서 생명체의 존재는 극히 일시적이며, 별과 은하의 탄생과 죽음에 비하면 한 순간처럼 느껴진다. 예컨대 지구상의 인류 문명은 수천 년에서 수만 년 정도의 역사만을 가지고 있고 인류라는 종 자체도 지질학적으로 보면 불과 몇 백만 년 전쯤에 등장했다. 이는 138억 년 우주 역사에서 매우 작은 조각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러한 짧은 시간조차 생명체가 지각하고 기록하는 시간으로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길이이기도 하다.
특히 우주적 시간 스케일과 생명 현상을 결합해서 생각할 때 우리는 “생명은 무엇을 기준으로 시간을 경험하는가?”라는 문제와 마주하게 된다. 지구상의 생물들은 태양 주위를 도는 공전 주기, 지구의 자전 주기 등과 같은 ‘지구적 시간’에 맞춰 진화해 왔다. 하지만 우주로 시야를 옮기면 이러한 주기가 더 이상 절대적인 표준이 되지 않는다. 화성에서는 1화성일(솔, sol)이 약 24시간 39분으로 지구보다 조금 길고, 목성의 자전 주기는 약 10시간으로 훨씬 짧다. 외행성의 공전 주기는 훨씬 길어서, 한 해(1공전 주기)가 지구 시간으로 수 년에서 수백 년 이상이 되기도 한다.
만약 우주 전역에 걸쳐 다른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그들은 자신들의 천문학적 환경에 맞춘 ‘시간 개념’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예컨대 이중성(두 개의 별)이 서로 공전하는 시스템에서 태어난 생명체가 있다면 그 생명체들의 하루 혹은 1년 개념은 전혀 다른 주기로 구성될 것이다. 이처럼 우주적 다양성은 ‘시간’ 또한 상대적이고 환경 의존적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운다.
한편 생명의 존속 가능 기간을 놓고 보면 우주가 영원히 팽창하고 별들이 계속 에너지를 방출하지 않는 이상, 영원한 생명체는 존재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가능하다. 매우 긴 시간 스케일에서 우주는 점점 더 차갑고 어두워질 것이라는 ‘열적 죽음(heat death)’ 가설이 우주물리학 내에서 오랫동안 논의되어 왔다. 이 가설이 맞다면, 우주의 미래 시점에 이르면 별들조차 죽음을 맞이하고, 더 이상 새로운 별이 태어나지 않아 생명체의 존재 자체가 불가능해질지도 모른다. 이는 궁극적으로 우주적 시간 스케일에서 생명의 의미 그리고 그 시간의 유한성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시간: 우주 여행과 미래의 시간 개념
마지막으로 인류가 실제로 우주여행을 넓은 스케일로 진행하게 될 미래를 상상해 보자. 현재 기술 수준에서 인류는 태양계 안팎을 탐사하는 우주선을 보내고 상대적으로 가까운 범위에서 무인 탐사나 유인 임무를 계획할 수 있는 단계에 있다. 하지만 먼 미래에는 빛의 속도에 근접하는 첨단 추진 기술이 개발되어 인간이 수십 광년 떨어진 별까지 실제로 항해할 수 있을 가능성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를 위한 이론적 구상 중에는 ‘워프 드라이브(warp drive)’나 ‘웜홀(wormhole) 여행’ 같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가설적 기술들도 있다.
설령 그 기술들이 현실화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점진적인 발전을 통해 우주여행의 속도가 향상된다면, 특수상대성 이론에서 말하는 시간 팽창 효과가 인류의 삶에 직접적으로 적용될 날이 올 수 있다. 우주선을 탄 사람이 오랜 기간 항해한 뒤 지구로 돌아왔을 때, 지구 시간으로는 수백 년이 지났지만 우주선 안에서는 몇 년밖에 지나지 않았다면 그 사람과 지구 문명 사이에는 커다란 ‘시간 간극’이 발생한다. 이 간극은 단순히 개인적·가족적 차원의 이별과 상실로 끝나지 않고, 문명이 급격히 변동한 세계에 돌아왔을 때의 정체성 혼란, 법적·사회적 지위 문제 등 다양한 윤리적·철학적 난제를 수반할 것이다.
또한 우주여행 중에 블랙홀이나 중력이 큰 천체를 가까이 지나가야 한다면 일반상대성 이론에서 예측되는 중력 시간 지연 효과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우주비행사가 천체 근처를 항해하는 동안 바깥의 우주나 지구에서 흐르는 시간과 우주비행사가 체감하는 시간은 다시금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시간의 비틀림’은 과학소설에서 자주 다루는 테마이지만 실제로 가능한 상황이 된다면 인류의 ‘시간 문화’는 근본적으로 뒤바뀔 수 있다.
그러나 우주여행에서의 시간 개념 변화는 단순히 ‘상대론적 효과’에 국한되지 않는다. 인류가 오랫동안 우주선을 타고 지내는 상황을 상상해 보자. 예를 들어 자급자족이 가능한 거대한 우주선에서 여러 세대에 걸쳐 후손들이 살아가는 ‘세대 우주선(generation ship)’ 아이디어가 있다. 이 경우 항해 중인 우주선 내부에서 ‘시간’은 그들만의 인공적 주기에 맞춰 경험된다. 물론 최종 목적지에 도달했을 때, 그 후손들은 지구에서 이미 지나간 수많은 세월과 ‘동기화’되기 어려울 것이다. 이는 우주선의 탑승자가 주관하는 시간이 사실상 독립된 ‘문명 시간’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궁극적으로, 우주에서의 시간 개념은 인간이 지구 중심적 관점에서 벗어나 얼마나 폭넓게 시공간을 인지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와 직결된다. 인류가 더 멀리, 더 빨리 여행할 수록 ‘동시성(synchronization)’이라는 말은 점점 무의미해지고 상대론적 효과와 중력장 차이에 의한 시간 지연 그리고 우주선 내부 환경에 따른 인공적 시간 주기가 복합적으로 작동하게 될 것이다.
더 알고 있으면 좋은 것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우주에서의 시간 개념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빛의 속도에 가까운 이동이 가능한 경우의 특수상대성 이론적 시간 팽창, 질량과 중력장에 따라 휘어지는 일반상대성 이론적 시공간, 빅뱅과 함께 시작해 계속 팽창하고 있는 우주의 시간 축,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 근처에서의 극단적 중력 시간 지연 그리고 생명과 진화, 미래 우주 여행에서의 시간 간극과 문화적 충돌에 이르기까지 ‘시간’은 우주에 대한 이해를 관통하는 핵심 열쇠로 작동한다.
특히 ‘절대적 시간’에서 ‘상대적 시간’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은 인간이 우주를 바라보는 관점을 근본적으로 바꾸었다. 우리의 지각이나 일상 경험으로는 여전히 시간은 일정하게 흐르는 것으로 느껴지지만, 더 먼 우주와 더 극단적인 속도·중력 환경에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시간이 작동한다. 이는 자연현상을 설명하고 예측하는 물리학의 기초로서도 중요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를 묻는 철학적 물음과도 긴밀히 맞닿아 있다.
우주가 영원히 가속 팽창을 지속한다면 아주 먼 미래에는 별이 사라지고, 더 이상 생명이 존재하기 힘든 단계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하는 시나리오도 있다. 이 시나리오에서 ‘시간’은 무한히 흘러가지만 우주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을 수도 있다는 극단적 결론에 도달한다. 반대로 우주가 어떤 방식으로든 다시 수축하거나, 우리 시야 밖에서 또 다른 우주가 생성되고 있을 수도 있다는 다중 우주론(멀티버스)적 해석도 떠오른다. 그 어떤 가능성이든 이 우주적 시나리오들을 이해하는 데 있어 시간은 역시 핵심 열쇠이다.
결국 우주에서의 시간 개념을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은 단순히 시간의 정의를 정교화하는 문제를 넘어선다. 그것은 우리 존재 자체와 우주 구조를 관통하는 근본적인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과정이다. 빛보다 빠른 통신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지고, 중력장이 강한 곳에서 시간은 왜곡되며, 서로 멀리 떨어진 은하들은 팽창으로 인해 더 멀어지면서 점점 더 오래된 빛만을 보내온다. 이 모든 현상은 우주에서 시간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주며 동시에 인간에게 “우리는 시간 속을 살아가는 존재이자 시간 자체를 재단하며 인식하는 유일한 관찰자일 수도 있다”는 자각을 심어준다.
오늘날 우리는 아직도 우주에 대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다. 암흑물질(dark matter), 암흑에너지(dark energy) 그리고 양자중력(quantum gravity) 이론의 미완성 등 많은 의문이 남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미지의 장벽을 헤쳐나가는 과정에서 시간에 대한 이해는 더욱 깊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 이해의 끝에서 우리는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차원의 우주관과 그에 걸맞은 시간 개념을 완성하게 될지 모른다.
맺음말
우주에서의 시간은 이처럼 상대성이론의 틀 안에서 운동과 중력에 따라 재정의되고, 빅뱅 이론을 통해 우주 전체의 진화 과정과 결부되며 블랙홀에서의 극단적 상황에서 그 한계와 불가사의함을 드러낸다. 또 생명과 진화의 시각에서 보면 우주적 시간은 각자 처한 환경에 따라 다채롭게 경험될 수 있음을 알려 준다. 마지막으로 미래 우주 여행의 가능성을 상상하면 인류가 맞이할 새로운 시간 문화와 그에 따르는 인식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
인류가 우주로 진출하여 더 넓은 스케일에서 활동하게 될수록 ‘시간’에 대한 우리의 전통적 사고방식은 근본적인 도전을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도전을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우주와 생명 그리고 인간의 본질에 대한 더 깊은 성찰을 이루게 될 것이다. 결국 ‘우주에서의 시간 개념’은 물리학적·우주론적 통찰을 넘어 철학·문학·예술 등 다양한 영역에서도 풍부한 사유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어쩌면 그 사유의 과정 자체가 우리가 우주라는 광대한 무대 위에서 우리 자신을 정의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