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에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우주를 이해하는데 있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암흑물질 정의와 그 정체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보이지 않는 질량의 미스터리, 한 번 함께 살펴볼까요?
암흑물질: 정의와 개념적 특징
암흑물질(dark matter)은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 중 우리가 직접 관측할 수 없는, 즉 빛이나 전자기파와 거의 상호작용하지 않는 물질을 가리킨다. 일반적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물질은 광자를 흡수하거나 방출함으로써 빛으로 관측이 가능하다. 하지만 암흑물질은 전자기적 상호작용을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망원경이나 기타 광학적 관측 장비로 직접 확인하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흑물질이 존재한다는 확신을 갖게 된 것은 은하들의 운동이나 우주 구조 형성 과정 등에서 ‘보이지 않는 질량’이 분명히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관측할 수 없지만 중력적 효과로 그 존재를 간접적으로 추론하는 것이 암흑물질 연구의 핵심이 된다.
암흑물질이라는 개념은 우주 질량-에너지 분포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현재까지의 표준 우주론 모형에 따르면, 우주 전체 에너지 밀도의 약 26~27%가 암흑물질에 해당하고, 우리가 광학적으로 관측할 수 있는 ‘보통 물질(중입자 물질)’은 대략 5% 정도를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나머지 약 68~69%는 암흑에너지(dark energy)가 담당하는데 이는 우주의 가속 팽창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결국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물질은 우주 전체에서 극히 적은 부분일 뿐이며 암흑물질은 그 보이지 않는 큰 부분을 대표하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암흑물질은 무엇보다도 전자기파와 거의 상호작용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일부 이론에서는 약한 상호작용(weak interaction)이나 중력(gravity)으로만 다른 물질들과 영향을 주고받는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이유로 암흑물질을 탐지하기가 어려운데 전자기 신호를 포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암흑물질의 존재를 ‘간접적’인 방식으로 찾는다. 가장 단순한 방식은 중력렌즈(gravitational lensing) 현상이나 은하의 회전 곡선(galaxy rotation curve) 관측을 통해 중력장이 예상보다 크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다.
암흑물질이 관측되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가 여러 이론적 문제를 제기한다. 이를테면, 은하 규모에서 물질이 어떻게 분포하는지, 대규모 구조가 어떻게 형성됐는지, 은하단이나 초은하단의 동역학이 어떻게 유지되는지 등에 대한 설명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약 암흑물질이 없다면 관측되는 은하나 은하단의 운동을 설명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에서 오늘날 우주론에서 암흑물질은 빠져서는 안 될 핵심 구성요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암흑물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크게 세 가지 범주의 물질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바리온 물질(중입자 물질)’이다. 이는 원자 핵과 전자로 이루어진, 우리의 일상적 물질을 형성하는 요소다. 둘째, ‘중성미자(neutrino)’같이 질량이 극히 작으며 전자기적 상호작용은 하지 않고 약한 상호작용을 하는 입자들이 있다. 중성미자는 한때 암흑물질의 후보로 거론되었으나 질량이 매우 가볍고 운동 에너지가 큰 ‘열적 다이나믹(Hot Dark Matter, HDM)’ 후보로 분류되어 현재는 일반적으로 암흑물질의 주된 구성 요소로 보기 어렵다. 셋째, 아직 관측되지 않았지만 이론적으로 존재가 예측되는 ‘윔프(WIMP: Weakly Interacting Massive Particles)’나 ‘액시온(axion)’ 같은 가상의 입자들이다. 이들은 전자기파를 거의 방출하지 않으면서도 질량을 갖고 중력을 행사하기에 암흑물질의 유력 후보로 끊임없이 연구되고 있다.
즉 암흑물질이란 “우리 눈에 직접 보이진 않지만, 우주 구조 형성과 은하 운동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여전히 미지에 싸인 물질”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 ‘정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결론이 나지 않았으나 현대 물리학과 천문학에서 풀어야 할 가장 도전적인 퍼즐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암흑물질: 우주론적 배경
암흑물질의 개념은 현대 우주론에서 빼놓을 수 없게 되었다. 빅뱅 우주론(Big Bang cosmology)에 따르면 우주는 대폭발로부터 시작되어 팽창해왔고 그 과정에서 중입자 물질과 암흑물질, 나아가 암흑에너지가 서로 다른 비중으로 작용하면서 현재의 우주 구조를 형성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우주론에서는 초기 우주의 에너지 밀도가 방사선(radiation), 중입자 물질, 암흑물질, 그리고 암흑에너지로 나뉘어 작용한다고 가정한다.
과거 20세기 초만 하더라도 과학자들은 우주의 구성 요소가 대부분 보이는 별, 은하, 가스 구름 등으로 이뤄진다고 보았다. 하지만 1930년대 즈음 프리츠 츠비키(Fritz Zwicky)는 은하단에서 별과 가스의 질량을 측정했을 때, 은하단을 중력적으로 묶어두기에는 훨씬 더 큰 질량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것이 곧 암흑물질이라는 아이디어로 이어졌으며 이후 베라 루빈(Vera Rubin)과 동료들은 은하 내 별들의 회전 속도를 자세히 측정하면서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회전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만약 은하에 보이는 물질(별, 가스, 먼지 등)만으로 중력을 계산했다면 바깥쪽 별들이 은하를 이탈할 정도로 빨라야 하지만, 실제 관측 결과는 ‘보이지 않는 질량’이 별들을 묶어두고 있음이 분명하다는 것이었다.
이후 전 우주적 관점에서 암흑물질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러 실험과 관측(우주배경복사, 중력렌즈 효과, 초신성 거리 측정 등)으로 연구되었다. 이 과정에서 람다 CDM(Lambda Cold Dark Matter) 모형이 우주론에서 표준 모형으로 자리 잡았다. ‘람다(Λ)’는 암흑에너지를 ‘차가운 암흑물질(CDM)’은 상대적으로 열적 운동 에너지가 낮은 암흑물질을 의미한다. 이 모형은 우주 초기 밀도 요동에서 작은 밀도차가 시간이 흐르면서 중력에 의해 점차 큰 구조를 이루게 되고, 그 골격을 만드는 것이 차가운 암흑물질이라고 설명한다.
우주 규모에서 은하가 형성되는 시나리오를 생각해보면 암흑물질이 먼저 뭉쳐서 ‘중력 우물(gravitational well)’을 형성하고, 그 우물 안에 중입자 물질이 떨어져 별과 은하를 만드는 구조를 이룬다고 할 수 있다. 즉, 암흑물질이 없는 상황에서는 은하나 은하단 같은 대규모 구조가 오늘날처럼 빠르게 형성되기 어렵다. 이 과정에서 암흑물질은 “차갑다(cold)”라고 할 만큼 충분히 운동 에너지가 낮아서 구조 형성에 필요한 밀도 농도가 급격히 뭉칠 수 있게 도와준다.
이처럼 우주론적 맥락에서 암흑물질은 매우 중요하다. 암흑물질이 없이는 우주의 대규모 구조(large-scale structure) 형성 속도와 규모를 설명하기 어렵고 은하 회전 곡선이나 은하단 내 은하들의 운동, 중력렌즈 관측 등 다양한 현상을 종합적으로 해석하기 힘들다. 따라서 20세기 후반부터 암흑물질은 물리학과 우주론 분야에서 가장 큰 화두 중 하나가 되었고 21세기에 들어서도 각종 입자물리 실험, 우주 망원경 등을 통해 그 정체를 밝히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암흑물질: 관측적 증거
암흑물질을 직접 ‘본다’는 것은 현재 기술로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우리는 다양한 간접적 관측을 통해 암흑물질의 존재를 추론한다. 대표적인 증거로는 은하 회전 곡선, 중력렌즈 효과, 은하단에서의 질량 분포 측정, 우주배경복사(CMB) 이방성 분석 등이 있다.
- 은하 회전 곡선(Galaxy Rotation Curve) 베라 루빈이 주목했던 핵심적 관측 증거다. 보통 물리학의 케플러 운동 법칙(혹은 뉴턴 역학)을 생각해보면 은하의 가장자리 별들은 중앙 질량의 인력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므로 상대적으로 천천히 회전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측정해보면 은하 외곽 별들도 거의 일정하거나, 그렇게 급격히 감소하지 않는 속도로 회전하고 있었다. 이는 눈에 보이는 별과 가스의 질량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은하를 중력적으로 묶어둘 만한 더 큰 질량의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그것을 암흑물질로 해석한다.
- 중력렌즈(Gravitational Lensing)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질량이 있는 물체 주변에서는 시공간이 휘어 빛이 휘어지게 된다. 이를 중력렌즈 효과라고 하는데 멀리 있는 은하나 퀘이사가 은하단 같은 거대한 질량체의 뒤에 위치할 때, 그 빛이 휘어지면서 중력렌즈가 일종의 ‘돋보기’ 역할을 한다. 관측자는 여러 개로 나뉜 상이나 고리 모양(아인슈타인 링)으로 해당 천체를 보게 된다. 이때 중력렌즈 효과를 이용해 은하단이나 은하들의 총질량 분포를 추정해보면 눈에 보이는 물질의 질량만으로는 계산이 맞지 않고 훨씬 더 많은 질량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난다. 이것이 암흑물질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간접 증거다.
- 은하단 내 은하들의 속도 분포 1930년대 츠비키가 제시했던 문제이기도 하다. 은하단을 구성하는 은하들의 속도를 측정해보면 단순히 보이는 은하의 총 질량으로는 은하단이 해체되지 않고 중력적으로 묶여 있는 상태를 설명하기 어렵다. 즉, 은하단을 유지하려면 훨씬 더 큰 질량이 있어야 하는데 관측되지 않는 질량이 존재한다고 가정하면 문제가 해결된다. 암흑물질이라는 개념이 학계에 본격적으로 제기된 배경 중 하나다.
- 우주배경복사(CMB) 이방성 빅뱅 후 약 38만 년이 지났을 때(우주의 나이가 약 37~38만 년이 되었을 때), 우주는 전하를 띤 자유전자가 양성자와 결합해 중성 수소를 형성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광자(빛)가 자유롭게 퍼져나갈 수 있게 되었다. 그 빛이 현재 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는 우주배경복사(Cosmic Microwave Background)로 관측된다. CMB는 매우 균일해 보이지만 미세한 온도차(이방성)가 존재한다. 이 이방성 패턴을 정밀 측정함으로써 우주의 전체 밀도와 구성비를 추정할 수 있다. 그 결과 보이는 물질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추가적인 질량-에너지 항이 필요하다는 것이 드러났고, 그것을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로 해석해 람다 CDM 모형과 잘 부합함이 확인되었다.
이처럼 다양한 관측적 증거는 “우주 어딘가에 대규모 질량이 있지만 빛으로 관측하기 어려운 물질이 분명 존재한다”는 사실을 굳건히 한다. 문제는 그 물질이 정확히 ‘어떤 입자’ 혹은 ‘어떤 장(field)’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이 없다는 점이다. 그것이 바로 암흑물질 연구가 지금도 활발하게 진행되는 이유다.
암흑물질: 다양한 후보와 이론
암흑물질을 설명하기 위한 많은 이론이 제시되었고 현재도 새로운 가설들이 나오고 있다. 가장 전형적인 분류로 ‘차가운 암흑물질(CDM)’, ‘온난 암흑물질(WDM)’, ‘뜨거운 암흑물질(HDM)’로 나눌 수 있다. 이 구분은 암흑물질 입자의 열적 속도나 운동 에너지 크기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우주 구조 형성 시뮬레이션에서는 차가운 암흑물질이 현재 관측과 가장 잘 맞는 것으로 간주된다.
- 윔프(WIMP: Weakly Interacting Massive Particles) 윔프는 약한 상호작용(weak interaction)으로만 주로 작용하고 전자기적 상호작용을 거의 하지 않는 질량이 상대적으로 무거운 입자를 말한다. 표준모형(Standard Model)을 확장하는 초대칭 이론(Supersymmetry) 등에서 자연스럽게 등장할 수 있는 입자 후보가 많다. 예를 들어 초대칭 이론의 ‘가장 가벼운 초대칭 입자(Lightest Supersymmetric Particle, LSP)’ 같은 것들이 암흑물질의 후보로 거론되어왔다. 윔프는 오랜 기간 가장 인기 있는 암흑물질 가설이었는데 대형 입자 가속기나 지하 검출실험(예: LUX, XENON, PandaX 등)을 통해 윔프와의 상호작용을 직접 검출하려는 시도가 계속 이루어졌지만 결정적 신호는 아직 찾지 못했다.
- 액시온(Axion) 액시온은 강력 상호작용(quantum chromodynamics, QCD)에서 제기된 ‘강자성(Strong CP)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안된 가상의 입자다. 이 입자는 매우 가볍고 전기적 하전이 없으며 매우 미약한 상호작용만 보인다고 예측된다. 만약 우주 초기에 액시온이 충분히 많이 생성되었다면 이들이 암흑물질의 주요 구성성분이 될 수 있다는 가설이 있다. 액시온 검출 실험으로는 ADMX(Axion Dark Matter eXperiment) 같은 것이 진행 중이며 전자기장과의 상호작용을 극히 희미하게나마 이용해 액시온을 찾으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 중성미자(Neutrino) 중성미자는 전자기파와 거의 상호작용하지 않는 입자다. 사실 이 점 때문에 한때 ‘암흑물질은 중성미자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으나 중성미자의 질량이 너무 작고 열적 운동이 매우 커서(고에너지), 관측되는 우주 구조 형성을 설명하기 어렵다. 뜨거운 암흑물질(HDM) 모델에서는 대규모 구조가 먼저 형성되고 은하가 나중에 생기는 ‘위에서 아래로(top-down)’ 방식이어야 하는데 실제 우주 관측은 작은 구조(은하)가 먼저 생기고 이것들이 모여서 더 큰 구조(은하단, 초은하단)를 이루는 ‘아래에서 위로(bottom-up)’ 시나리오를 지지한다. 따라서 중성미자가 암흑물질 전부를 설명하기는 어렵고 부분적 기여는 가능하더라도 주역은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 기타 이론들과 변칙 중력이론(MOND 등) 암흑물질 이론이 아닌 중력 법칙 자체를 수정하여 별도 암흑물질 없이 은하 회전 곡선 문제 등을 설명하려는 시도도 있다. 대표적으로 MOND(Modified Newtonian Dynamics)가 그 예다. MOND는 은하 규모에서 중력이 거리제곱에 반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미약한 중력장 환경에서 법칙이 다르게 작용한다고 가정한다. 이 이론으로 은하 회전 곡선을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은하단 및 우주 거대구조 그리고 우주배경복사 이방성 등을 종합적으로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암흑물질이 중력렌즈 효과를 설명하는 등 여러 관측 현상에서 단순 중력 수정만으로는 정합성이 떨어지는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따라서 현재는 “변칙 중력이론이 암흑물질의 모든 관측적 증거를 대체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며 암흑물질 입자 가설이 상대적으로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결론적으로 현대 물리학계에서는 윔프나 액시온 등을 비롯한 ‘아직 발견되지 않은 입자’가 암흑물질을 설명해줄 것으로 기대하는 편이다. 물론 그 정체가 무엇이든 실제로 검출되어야만 확실한 결론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검출 실험과 입자 가속기 실험이 진행 중이다.
암흑물질: 미래 연구 방향과 전망
암흑물질 연구는 천문학, 우주론, 입자물리학이 결합된 대표적인 융합 연구 분야다. 학자들은 더욱 정밀한 우주 관측과 더 큰 규모의 지하 검출 실험, 그리고 차세대 입자 가속기 등을 통해 암흑물질의 흔적을 찾으려 하고 있다.
- 차세대 입자 검출 실험 대형 지하 연구소에서 진행되는 직접 검출 실험은 극저온, 극저방사능 환경에서 아주 드문 윔프의 핵반응 신호를 포착하려 시도한다. 핵전리, 섬광, 열 반응 등을 정밀 측정하며 우주선(cosmic ray)이나 지구 방사능 물질이 내는 잡음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XENONnT나 LZ, PandaX, DarkSide 등 여러 프로젝트가 진행 또는 계획 중이며 탐지 민감도를 점점 높여가고 있다. 이론적으로 예측되는 윔프-핵 상호작용 단면적이 계속해서 낮은 수준으로 제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확실한 발견은 나오지 않았으나, 연구자들은 감도를 높여가면서 작은 신호라도 놓치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 가속기 실험에서의 탐색 유럽 입자물리 연구소(CERN)의 LHC(Large Hadron Collider)나 차세대 입자 가속기에서 초대칭 입자나 기타 새로운 물리학 시그니처를 찾으려는 노력이 진행된다. 만약 새로운 입자가 발견되고 그것이 약한 상호작용을 하며 안정적(붕괴되지 않고 오래 존재)이라면 암흑물질 후보일 가능성이 있다. 물론 LHC 1, 2기 실험에서 아직 결정적인 초대칭 입자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에너지를 더 높이거나 충돌 데이터를 더 많이 확보함으로써 ‘발견 가능 구간’을 확장해갈 전망이다.
- 액시온 탐색과 광자 변환 실험 액시온은 전자기장 속에서 극도로 희미한 신호를 낼 것으로 예측된다. 초고감도 전자기 공진기(cavity)나 헬리오스코프(태양에서 발생하는 액시온을 찾는 방법) 등을 이용해 액시온이 광자로 변환되는 과정을 포착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액시온-광자 변환 상호작용이 워낙 약하기 때문에 정밀한 장비와 엄청난 양의 데이터 분석이 필요하다. 이 분야에서도 민감도가 매해 높아지고 있어 미래에 유의미한 신호를 잡을 가능성이 기대된다.
- 정밀 우주론 관측 우주배경복사 관측은 이미 높은 정밀도로 이루어졌지만 앞으로 더 발전된 우주 망원경이나 국제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우주의 대규모 구조 분포, 중력렌즈 맵핑 등을 더욱 세밀하게 조사할 것이다. 예를 들어 약한 중력렌즈(weak lensing) 측정 기법을 통해 은하 분포와 암흑물질 분포를 더욱 정확히 지도화할 수 있다. 이렇게 관측된 ‘암흑물질 지도’를 이론적 우주 시뮬레이션과 비교함으로써 암흑물질의 분포 특성, 밀도 스펙트럼, 혹은 자질구레한 상호작용 가능성 등을 탐색한다. 만약 암흑물질이 표준모형을 뛰어넘는 어딘가에서 약간의 자발적 붕괴나 다른 입자와의 반응을 일으킨다면 우주론적 구조 형성 단계에서 미묘한 흔적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 우주선(cosmic ray), 감마선(gamma ray) 탐색 만약 암흑물질 입자가 서로 쌍소멸(annihilation)하거나 붕괴(decay)한다면 특정 에너지 스펙트럼의 우주선 혹은 감마선을 방출할 가능성이 있다. 은하 중심이나 은하단 중심에는 암흑물질이 고밀도로 분포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그 지역에서 나오는 고에너지 신호가 평소 기대치보다 높게 관측된다면 암흑물질의 흔적일 수 있다. Fermi 감마선 우주망원경(Fermi-LAT) 등은 은하 중심부를 관측하며 약간의 초과 감마선 버블(Fermi Bubbles) 등을 발견했으나 아직 암흑물질로 결론지을 만한 명확한 증거는 찾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간접 탐색은 암흑물질 연구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며 앞으로도 더 정밀한 검출기가 우주에 띄워질 예정이다.
이처럼 미래 암흑물질 연구는 실험 물리, 관측 천문학, 이론 물리가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특히 윔프가 존재한다면 왜 아직 못 찾았는지, 혹은 윔프 가설이 틀렸다면 그 다음으로 유력한 후보는 무엇인지, 실제 우주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종류의 입자를 품고 있는지 등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흥미롭게 남아 있다. 암흑물질의 실체를 밝히는 건 우주론뿐 아니라 표준모형을 넘어서는 새로운 물리학을 열어갈 열쇠가 될 가능성도 크다.